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피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갖춘 삼성전자와 손잡았지만, '아이폰' 조립은 여전히 아시아 국가를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향후 아이폰·아이패드에 탑재될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 일부를 삼성으로부터 공급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로선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삼성과 칩 분야 협력 10년 만에 재개한 애플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공급망의 일부를 미국에 구축하면서 삼성 오스틴 반도체 공장과 협업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은 14~28나노미터(㎚) 공정을 갖춘 파운드리 팹이다. 애플은 이곳에서 아이폰용 이미지센서와 전력반도체 일부를 공급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이미지센서를 일본 소니에 전량 맡겨왔지만, 미국 내 아이폰 공급망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아이폰 16 개통 행사에서 고객들이 아이폰 16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반도체 분야 협력은 2015년 애플이 대만 TSMC에 떠난 이후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첫 번째 아이폰부터 'A 시리즈' 칩셋을 위탁 생산했지만, 2015년부터 애플의 탈(脫) 삼성화가 진행됐고 2016년 TSMC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전량을 맡겼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이미지센서 분야 기술 격차도 애플의 복귀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2억화소 아이소셀 HP3 카메라 기술을 선보였지만, 소니는 5000만 화소 IMX989 모듈을 내놨다. 화소 수만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디테일과 해상도에서 더 높은 수준인 셈이다.
애플과 삼성의 협력을 소니도 주시하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소니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협력 발표 후 "우리는 고객에게 센서 기술 측면에서 여전히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며 "더 큰 센서 크기와 고밀도 기술을 통해 기술 발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가 향후 4년간 총 6000억 달러가 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추가로 발표하는 것을 기념하는 명판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의 레졸루트 데스크에 놓여 있다.
애플, 일부 공급망 美 들여왔지만…'조립'만은 아시아에서
애플은 향후 4년 간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32조 200억원)를 투자하고, 총 10개 기업과 신규 또는 확장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아이폰 조립 관련 내용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미국산 아이폰' 제조를 위한 전자제조서비스(EMS, 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 업체들은 이번 미국 내 공급망 구축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 내에서 일부 고부가가치 부품 공급망은 운영하지만, 실제 아이폰·아이패드 조립은 기존대로 아시아 국가에서 진행된다는 의미다.
애플의 주요 EMS 파트너는 대만 폭스콘, 페가트론, 위스트론, 콤팔과 콴타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럭스쉐어도 에어팟과 일부 아이폰을 조립, 생산해왔다.
폭스콘 조립 공장을 찾은 팀 쿡 애플 CEO
EMS 업체들의 아이폰 조립공장은 인건비와 운영 비용을 고려해 중국에 90%, 인도와 베트남에 나머지 생산시설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등 소형 전자기기 조립에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아이폰의 최종 조립만 미국에서 하더라도, 비싼 인건비 영향으로 아이폰 가격이 25%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시아의 숙련된 저렴한 노동력도 포기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패트릭 맥지가 쓴 '애플 인 차이나'(Apple in china)에는 애플이 지난 10년간 중국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약 2800만 명의 제조업 노동자를 교육·훈련했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모건스탠리는 스마트폰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아이폰을 해외에서 제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마켓워치는 미국 내 제조 비용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 75%가량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베트남, 중국 등의 인건비보다 공장 자동화에 투자하는 비용이 더 크다. 기업들도 현지 인건비 상승 추이에 맞게 자동화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無관세' 구역 된 삼성전자 오스틴·테일러 공장
테슬라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기는 이유는 반도체 관세 영향이 적지 않다.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한 반도체에 대해 관세 부과 우려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당신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동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 하지만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가 지난 2023년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애플보다 테슬라와 협력이 향후 삼성전자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은 14~28㎚ 공정을 갖춘 오스틴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 받지만, 테슬라는 내년에 문을 열 테일러 공장의 2㎚ 공정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 반도체 공장을 직접 거닐며 제조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테슬라 공장 한쪽에 간이 침대를 두고 일하는 머스크 CEO가 삼성의 반도체 제조 과정에도 깊게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론 머스크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낼 때 양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지 않겠냐"며 "향후 2년 가량 그 숙제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파운드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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